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성매매 유형으로 ‘조건만남’이 88.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중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를 접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서도 조건만남 경험 청소년 10명 중 7명(74.8%)이 채팅앱(37.4%)과 랜덤채팅앱(23.4%), 채팅사이트(14%)로 상대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8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17세 미만의 아이들은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며 “다운받기도 너무 쉽고 깔고 난 다음에 실명 인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성매매 정황에 노출된다. 본인들은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채팅을 시작하면 성인들은 “너 외롭냐” “오빠하고 만나자” “영화 보여줄게” “밥 한번 같이 먹자” “와서 술 마시는데 옆에만 앉아 있으면 5만원 줄게” 등의 제안을 계속한다.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이나 외로움, 혹은 용돈이 필요해 나가게 되면 성폭행을 당한 후 이런 방식으로 계속 끌려다니는 일이 심각하게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조 대표는 “성 매수자들 대부분이 연애와 같은 형식으로 성매매를 제안해 청소년들을 꼬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을 착취하기 위해 계속 “예쁘다”와 같이 칭찬하며 당근을 주는 ‘그루밍’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길든 아이들은 성매매라는 생각 없이 연애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청소년들이 “아저씨를 안 만나겠어요”라고 한다면 협박이 시작된다고 조 대표는 전했다. 성 매수자들은 “사진을 찍었다”거나 “학교, 부모님에게 알리겠다” “네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면 볼 만하겠다”라고 협박한다. 그는 “아이들이 신고하겠다고 하면 길들여왔던 남성들이 ‘너도 처벌받아’라고 얘기하는 확률은 100%”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어떤 청소년들이 ‘이 성행위를 열심히 해서 내가 돈을 벌 거야’라고 처음부터 계획하겠냐”며 “처음에는 성폭력과 길들이기, 꼬시기와 같은 과정이 있어 아이들이 성 매수에 유인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 등 서구에서는 성인과 아이들 간의 성매매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를 모두 ‘성 착취 범죄’라는 용어로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