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노제에서 애도하는 한 수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나 며칠 전 더 큰 충격을 준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안전한 나라'에 대한 반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참사의 각성을 위해 시계를 16년 전으로 돌려봅니다.

화재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흥주점 '대가' 1층 바닥에는 모두 14명이 뒤엉킨 채 대부분 질식해 숨져 있어 화염 속 아비규환의 현장을 상상케 했습니다.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습니다. 2층에 창문과 비상계단이 있었지만, 보온을 위해 스티로폼과 판자 등으로 막아 놓았으며, 1층과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워낙 좁고 경사가 심해 비상구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한 것입니다.

좁은 계단과 화재 후 감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부분의 사망자는 주점 종업원들로 2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이 사건 발생 1년 반 전인 2000년 9월에 인근의 대명동 유흥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여종업원 5명이 숨진 바 있었기에 이들의 죽음은 더 허탈했습니다.

희생자들 장례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재 건물은 건평 약 99㎡(30평)의 2층으로, 1층에는 쇼윈도와 홀이 있고 2층에는 성인 2명이 들어갈 만한 쪽방 15개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안전이나 환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불법·퇴폐 성매매 업소 구조였습니다.

사망 여성들이 기거하던 쪽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산의 이 두 참사로 유흥업소 여종업원의 인권보호, 업주 처벌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성매매 방지 특별법 제정의 시계가 빨라졌습니다.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재 발생과 동시에 행방을 감췄던 업소 업주 이 모 씨는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고 이후 늘 대두하는 결과론이긴 하지만, 업소에 대한 감독이나 감시는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부 구조 불법 변경, 공공연한 윤락행위, 소방안전 점검 등이 형식적일 뿐이었으며 단속실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불과 2년 반 전의 대명동 참사를 떠올리면 무사안일과 부패단속의 '모범(?)'이었다고 할만합니다.

화재 사건 후 전국적인 유흥업소 단속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망 여성들이 대부분 타지 출신인 탓에 연고자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희생자 합동 영결식은 사고 발생 열흘 후인 2월 8일에야 열렸습니다.

희생자 영결식 헌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결식에 참석한 한 시인은 아래와 같은 추모시를 낭송했습니다.

"이 세상 사는 것이 죽음이더니...고통이더니...유태인 가스실처럼 한날한시 봄 햇살 한번 맘껏 받지 못하고 떼죽음 당하니...원통해라"

성매매 특별법은 이 사건을 기폭제로 2004년 3월 제정됐으며, 그해 9월 23일 발효됐습니다. 특별법을 쉽게 설명하면, 성매매 소개나 행위를 처벌하고 성매매를 방지하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특별법 발효 전날 한 유흥업소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안전이 질식되지 않는 나라'를 위한 시스템 구축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법을 만들고 단속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일은 외형일 뿐입니다. 근본적인 안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성과나 이익에 앞서 치밀하게 사람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에 답이 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doh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29 08:30 송고>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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