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된 속에서도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야 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친족 성폭력, 성매매, 장애 여성 등이 관련된 ‘사각지대’에선 피해자들은 스스로 입을 떼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크다는 것으로, 연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지난 8일 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을 맞아 광주시의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광주·전남 지역 미투 운동을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유빈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는 “미투 운동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비친족에 의한 성폭력에 집중될 때마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말하기가 설 자리는 없다고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오빠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동생이 쉼터에 입소했습니다. 어머니는 의외로 얼마나 힘들었냐며 신고한 딸을 지지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웃음이 아닌 많은 눈물을 보이며 말씀하셨습니다.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말하기는 가해자 외에 다른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자책으로 시작됩니다.”
　
　▲“미투운동에 성매매도 포함시켜야”
　
　김유빈 활동가는 성폭력피해자 쉼터에서 그 동안 만난 피해 생존자들 상당수가 친족 성폭력 피해를 입었으며, 대부분 이로 인해 가족들과 문제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가족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부정당하거나 피해와 상관없는 행실에 대한 비난을 듣기 쉽습니다. 가장 지지받고 싶었을 집단에게 지지받지 못한 피해자는 가족들로부터 배신감을 경험하게 되죠. 가족들의 반응은 피해사실이 노출됐을 때 가족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난이 과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족 성폭력의 피해와 가족 간의 갈등은 피해자에게 무력감과 분노감, 상실감이 더해져 피해 트라우마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친족 성폭력은 그 어떤 유형의 성폭력보다 많은 피해가 존재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투 국면 내에서도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장 인터넷에 여동생, 누나, 엄마 등의 몸을 조롱한 매체들이 자랑스레 떠돌아다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왜 피해자들이 나서서 이야기 하지 못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남궁미 광주성매매피해상담소 언니네 사무국장은 “성매매에서 돈과 권력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미투 운동에 성매매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사무국장은 “성매매 된 여성이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위치에서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쉽지 않다”며 “여성에 대한 편견, 폭력이 성 산업 속에서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정당화 되면서 성매매 구조 속에서 여성이 겪게 되는 폭력은 당연하다는 사회적 논리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매매 된 여성의 몸을 자원으로 돈을 번다는 인식은 여성 착취와 인권 침해의 온상인 성매매 구조를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여성은 타자이며, 함부로 해도 될 존재로 여기는 성매매 구조 속에서 폭력은 일상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복지 이용 못하는 2차 가해 직면”
　
　이은미 광주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장애 여성들 역시 구조적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장애인들은 미투 운동의 영향을 크게 못 받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반대로 굉장히 뿌리 깊은, 고질적이고 방대하고 만연한 문제여서 그렇습니다. 구조적으로 장애 여성들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기 어려워요. 개개인이 자기 권익을 옹호할 수 있는 힘을 지니기 힘들어서 더욱 그렇지요.”

　이 소장에 따르면, 장애 여성들은 교육 기회와 경제활동 비율이 20% 정도다. 장애인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나 조직에서도 남성이 대표성을 띠고, 남성 중심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한 지적장애 여성은 평소 복지를 이용하는 기관의 대표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습니다. 주변 장애 여성의 도움을 받아 신고를 하고, 언론 폭로를 했지만, 장애 단체들의 관심과 지지는 받지 못하고 오히려 꽃뱀으로 몰렸어요. 현재 장애계에서, 장애인 단체에서 복지를 이용할 수 없는 2차 가해와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 소장은 “성폭력 사건 속에 숨어 있는 권력관계를 사회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애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상황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적 장애인과 같이 스스로 폭행과 협박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 교육과 경제활동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장애 성폭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고 별도의 구조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백영남 담양인권지원상담소 소장은 ‘전남지역 사례로 본 권력형 성폭력’을 주제로, 전경인 대한법률구조공단 광주지부 국선변호사는 ‘#미투 이후, 우리는 말할 수 있는가 - 형사재판단계에서의 피해자 보호’를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한편 (사)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반성폭력운동과 성평등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상담 062-521-1365~6.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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